[오래된 공기] 제47화 - 지님

제47화 「지님」

1. 682미터

수요일 아침 여덟 시에 드릴이 내려갔다.

캠프 철수까지 16일. 케이블 눈금은 676에서 출발했다. 내려가는 데 23분, 올라오는 데 22분. 서른다섯째 같은 수였다. 첫 토막 679. 둘째 토막 682. 새 날로 스물다섯째였다.

토막 길이는 2.95와 2.96. 스물넷째였다.

케이블 누계 144.00. 코어 누계 141.74. 차 2.26. 증분 0.09.

스물네 점이었다. 짝수였다. 가운데는 열두째와 열셋째, 둘이었다.

재혁이 이력을 작은 수부터 늘어놓고 셌다. 열두째가 0.09였고 열셋째도 0.09였다.

「가운데: 0.09. 스물네 점. 짝수. 두 점이 같은 수. 하나.」

어제는 홀수여서 하나였다. 오늘은 짝수인데도 하나였다. 짝수면 사이라고 재혁은 사흘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거리 합은 0.20이었다. 어제와 같은 수였다. 스물넷으로 나누면 0.0083이었고, 셋째 자리에서 끊으면 0.008이었다.

「흩어짐: 0.008. 스물네 점. 어제 0.009. 합은 어제와 같음. 나눈 수만 늘었음.」

재혁은 그 줄 밑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줄었다고 안 적음. 줄어든 것 아님. 나뉜 것임.」

서른 점까지 여섯 점 남았다.

헛돎은 새 열흘의 다섯째 날이었다. 1번 0회, 2번 0회. 다음 검토는 10월 1일이었다.

야장의 「인계서:」 칸은 아침에 비워 두었다. 칸으로는 넷째 날이었다.

들어도 되는 날은 일곱째였다. 마지막이었다.

재혁은 그것을 아침에 세어 두고 하루 종일 지니고 있었다. 물을 것을 고르라고 9월 19일의 재혁이 적어 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고르고 있었다.

서진이 윈치 옆에 있었다.

“오늘까지예요.”

“알아.”

“내일부터 안 듣는 건 제가 정한 거잖아요. 오늘 바꿔도 돼요?”

“바꿔도 돼.”

“그럼요.”

“그런데 오늘 바꾸면 내 말 듣고 바꾼 게 돼. 내일부터 안 듣기로 한 걸 오늘 들은 말로 고친 거니까.”

재혁은 바꾸지 않았다.

“하나만 물을게요.”

“물어.”

“내일부터 제가 뭘 못 하게 될까요.”

“그걸 내가 알면 적어 놨지.”

서진이 케이블 눈금을 보았다.

“안 듣는다는 건 안 들린다는 게 아니야. 오늘까지 들은 건 네 안에 있어. 그건 못 버려. 버리는 척하면 더 크게 들어가.”

“그럼 어떡해요.”

“들은 건 들었다고 적어. 그리고 종이에 넣을 땐 네 이름으로 넣어. 내 이름으로 넣지 말고.”

「9/25. 들어도 되는 날 일곱째, 마지막. 선생님 말: 하나. 「들은 건 들었다고 적고, 넣을 땐 내 이름으로.」」

2. 595

은재는 여섯 시 오 분에 왔다.

전실 벽에는 어제 것이 붙어 있었다. 593. 그 옆에 599가 있었고 그 옆에 591이 있었다.

경옥은 방한복을 입지 않고 있었다.

“오늘은 제가 전실에 있어요.”

“안 들어가세요?”

“은재 씨 점은 아홉 개 다 「혼자」여야 하니까요. 어제 내가 걷을 때 은재 씨가 밖에 있었으면 오늘은 반대예요.”

은재는 짐작을 여섯 시 십오 분에 적었다.

「짐작: 604.」

그 밑에 이유를 적다가 손이 멈췄다.

“이유를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쓸 게 없으면 없다고 쓰고요.”

“없진 않아요. 자가 596에서 612까지인 걸 아니까 604가 떠올랐어요. 가운데요.”

“그럼 그걸 쓰면 돼요.”

「이유: 자 596~612의 가운데. 자를 앎. 어제까지는 자를 모르고 적었음. 오늘이 처음.」

「싶었음: 1. 더 긁으려 함. 자 안에 있고 싶음.」

경옥이 그 줄을 오래 보았다.

“그게 제일 중요한 줄이에요.”

여섯 시 이십 분에 은재가 들어갔다. 정해진 자리의 성에를 주걱으로 걷는 데 여덟 분이 걸렸다. 손바닥만큼씩이었다. 손바닥만큼이 어느 만큼인지는 몸에 있었고, 오늘은 그 몸 옆에 604가 있었다.

여섯 시 이십팔 분에 통을 들고 나와 저울에 올렸다. 초시계를 눌렀다.

6초에 594. 9초에 595. 10초에 595.

「9/25. 595. 은재. 8분. 혼자. 24시간치. 10초.」

은재가 숫자를 두 번 보았다.

“595예요.”

“나왔네요.”

“자 밑이에요. 596이 제일 밑이었는데 그보다 하나 밑이에요.”

경옥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은재가 짐작 줄에 값을 붙였다.

「604 / 595 / 9 / 밑.」

“차가 아홉이에요. 제일 커요.”

“전엔 몇이었어요?”

“제일 큰 게 7이었어요. 나머지는 다 그 밑이고요.”

“자를 알고 적은 첫 점이 제일 컸네요.”

“그러면 자를 알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모를 수가 없잖아요.”

경옥이 전실 벽의 종이들을 손등으로 가리켰다.

“저기 붙어 있는데요. 안 본 척하면 더 밀어요. 안 본 척한 건 어디에도 안 적히니까요.”

이호기는 서른째 날 혼자 돌고 있었다. 온도계는 −30.0이었다. 재움은 358일째였고 첫 절단까지 7일이었다.

가을 표 스물일곱째 줄에는 어제 것을 적었다. 9월 24일. 열세 시간. 바깥 18.9도. 문 두 번. 관측소 63퍼센트. 「6시 20분. 주걱. 통. 8분. 경옥. 혼자. 전실에 은재.」 「우리가 건드린 줄」은 열닷새째였다.

전실 벽에 595를 붙였다. 593 옆이었다.

“오후에 얘기해요.”

3. 10시 35분

정한은 아홉 시에 작업실 문을 열었다.

안 보는 날의 다섯째였다. 다음 판독은 9월 30일이었다.

아홉 시 사십 분에 셋째 릴 상자를 옆으로 밀어 놓았다. 여러 날째 밀려 있는 상자였다. 열 시가 지나고, 열 시 삼십 분이 지났다.

손이 선반 셋째 칸으로 간 것은 열 시 삼십오 분이었다.

정한은 시계를 보았고, 본 순간에 알았다. 어제 다른 종이에 적어 둔 수와 같았다.

「손 시각: 10:35. 8시 30분 쪽. 되돌림. 이름 9/30.」

「그 밖: 되돌린 뒤 같은 걸음 다섯째. 8:55, 9:20, 9:45, 10:10, 10:35. 차 25분 넷.」

거기까지는 값 종이였다. 정한은 연필을 놓고 「머리에 든 것」 종이를 꺼냈다.

어제 적어 둔 줄이 있었다. 9/29 아침 12:15. 이 걸음대로면.

그 밑에 둘째 줄을 적었다.

「9/25. 10:35 나옴. 어제 이 종이에 적은 수와 같음. 맞았음.」

「맞아서 더 안 좋음. 여섯째 점은 11:00이 떠오름. 떠오른 채로 잼.」

값이 예상과 어긋났으면 예상은 값 앞에서 무너졌을 것이었다. 맞으면 안 무너진다. 안 무너진 예상은 다음 점까지 따라온다. 손은 사람 것이고 사람은 그 수를 알고 있었다.

정한은 앉아서 한참 있었다. 시계 소리가 났다.

그러고는 값 종이를 다시 폈다. 손 시각 줄 위에 빈 줄을 한 칸 만들고 이름을 붙였다.

「짐작: (아침에 적음).」

「9/26부터. 손이 가기 전에 그날 짐작을 여기 적음. 값은 그 옆에. 차와 방향도.」

「9/25까지는 짐작 없음. 어제 것은 다른 종이에 적었고 값 전에 이 줄에 안 적었음. 그러니 짐작 줄 첫 점은 9/26.」

머리에 있는 것은 안 적으면 없어지지 않았다. 옆에 서 있다가 손을 밀었다. 밀리는 걸 못 막으면 밀린 양이라도 나와야 했다. 짐작을 값 앞에 적어 두면 차가 나왔고, 차는 값이었다.

그 아래 한 줄을 더 적었다.

「9/26부터의 손 시각은 짐작을 알고 잰 것. 9/25까지와 같은 줄에 못 씀. 줄 이름 다름.」

열한 시 오십 분에 조명 생각이 났다. 열엿새째였다. 하지 않았다.

동규에게서는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9/25. 물음. 안 옴. 1/3.」

본물건 릴은 선반 가운데에 어제 그대로 세워져 있었다. 방에 내놓은 둘째 날이었고 거는 날까지 열하루였다.

정한은 릴 겉면에 손등을 대 보았다. 방과 같았다. 그리고 그게 겉이라는 것도 알았다.

테이프는 수천 겹으로 감겨 있었다. 방의 습기는 가장자리부터 들어갔다. 바깥 겹은 며칠이면 방과 같아지고, 한가운데 겹은 몇 주가 걸렸다. 열하루 뒤에 거는 것은 겉만 방과 같아진 테이프일 수도 있었다. 풀어서 느슨하게 다시 감아 두면 빨라지지만, 감는 일 자체가 물러진 테이프에는 제일 위험한 일이었다.

「겉은 방과 같음. 속은 모름. 되감지 않음. 되감는 것이 더 위험함. 10/6에 걸 때 첫 2분과 끝 2분을 따로 들을 것.」

다섯째 릴은 폐테이프 스물한 회째였다. A부터 D까지 통 값은 열셋째로 1.0이었다. 「계속」이라고만 적었다. 3월 재촬영 메모는 그대로였고, 「볼 것 2」 종이는 서랍에 있었다.

4. 접시

하람은 네 시에 어머니 집에 갔다. 마흔일곱째였다.

냉장고에는 「오늘: 수요일.」이 붙어 있었다.

들어서면서 미싱 옆을 보았다. 흰 실패가 눈에 들어왔다. 반쯤 감겨 있었다.

제비 통에는 접은 종이가 다섯 장 있었다. 어제 새로 쓴 둘째 블록이었다. 하람은 한 장을 뽑았다.

실 양이었다.

「둘째 새 블록 첫 장: 실 양.」

「뽑기 전에 흰 실패를 봄. 들어서면서 봄. 안 본 척 안 함.」

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순서를 섞어 놓은 것은 무엇을 먼저 볼지 하람이 고르지 않으려고 만든 것인데, 눈은 통을 흔들기 전에 이미 한 군데에 가 있었다.

그래도 순서대로 했다. 흰 실은 실패 반쯤이었고 어제와 같았다. 옆에 「봄」이라고 적었다.

실패는 열하나였다. 서랍 여덟, 미싱 옆 셋, 손에 없음. 자리로는 아흐레째였다. 바늘은 여섯이었다. 갑에 셋, 핀쿠션에 둘, 바늘대에 하나, 천에 없음. 자리로는 사흘째였다.

어머니는 탁자 앞에 앉아 계셨다. 천이 개켜져 있었다.

하람이 펴 보았다. 어제 붉은 실이 빠져나간 자리에 흰 실로 촘촘한 땀이 가 있었다. 붉은 실은 한 오라기도 없었다.

“이거 하셨어요?”

“해야지. 안 하면 뜯어 놓은 게 되잖아.”

「시침 자리에 흰 바늘땀. 본바느질 됨. 붉은 실 없음. 바늘 자국은 남아 있음.」

탁자 위에 흰 접시가 있었다. 붉은 실 토막이 어제 그대로 모여 있었다.

“그거 이제 버려도 돼.”

“왜요.”

“다 뺐으니까.”

하람은 접시를 들었다. 실 토막을 세려다가 손을 멈췄다.

어제도 안 셌다. 오늘 세면 그건 오늘 센 것이었다. 어제 접시에 몇 개가 있었는지는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접시: 안 셈. 어제도 안 셈. 오늘 세면 오늘 값. 어제 값 아님.」

「몇 개였는지 모름. 「모름」이라고 적음.」

어머니가 접시를 받아 가셨다. 부엌에서 쓰레기통 뚜껑이 한 번 열렸다 닫혔다.

또렷하셨던 것은 없었다. 없다고 적었다.

짐작 칸에는 내일 것을 적었다.

「짐작: 내일 센터. 창가 자리 안 비어 있을 것. 어머니 탁자 끝에 앉으실 것.」

「9/23에 그랬음. 그래서 적음. 두 번은 둘. 방향 아님.」

돌아오는 길에 최영숙의 종이를 받았다. 서른여덟째였다.

「수요일. 6시 20분 문 한 번. 계단 참. 손잡이 잡으셨음. / 흐림 / 새것 / 슬리퍼 / 손에 든 것: 없음.」

손잡이는 열이레째였다.

5. 7번

오후에 재혁은 토막 끝 사진을 찍었다.

676-679 아래끝 6밀리. 679-682 위끝 6밀리. 한 자리, 합 12밀리. 열엿새째였다.

이력은 열여섯 점이었고 짝수였다. 늘어놓으니 여덟째가 11이었고 아홉째도 11이었다. 가운데 둘이 같았다.

“오늘 두 번째예요.”

“뭐가.”

“짝수인데 하나요. 벌어짐도 그랬어요.”

“짝수면 사이라고 생각했었지.”

“네.”

“생각한 건 적어 놔. 틀린 것도 값이야.”

거리 합은 10이었고 열여섯으로 나누면 0.6밀리였다. 눈금은 1밀리였다. 선은 15였고 오늘 값은 12였다. 선 밑이었다.

부족분은 스물다섯 점째였다. 마른 15.22와 15.17을 더해 30.39킬로그램. 0.81. 쏠림을 뺀 값은 +0.10이었다. 열닷새째로 「안 봄」이라고 적었다. 날짜 있는 합계에는 일곱째 날 0.81, 누계 5.55를 적었다.

입도는 스물두째였다. 세 종, 이십일 분.

그러고 나서 재혁이 벌어짐 이력을 다시 폈다.

“증분이 조금씩 커지고 있어요. 처음엔 0.06이었고 0.08이 둘이고, 요즘은 0.09하고 0.10이에요.”

“눈금 밑이야.”

“눈금 밑인데 한쪽으로만 가잖아요.”

서진이 케이블 드럼 쪽으로 갔다.

“이거 늘어나.”

재혁이 얼굴을 들었다.

“케이블이요?”

“쇠도 당기면 늘어. 밑에 드릴이 매달려 있고, 케이블 자기 무게도 다 걸려 있어. 깊어질수록 매달린 길이가 길어지니까 더 늘어.”

“얼마나요.”

“천 미터에 손가락 두 마디쯤이라고 생각해.”

재혁이 잠깐 셈을 했다.

“그럼 지금 육백팔십이면 다 해서 삼 센티쯤이고, 하루에 육 미터 더 내려가서 늘어나는 건…”

“밀리 몇이야.”

“0.09미터면 구 센티인데요. 자릿수가 아예 다르네요.”

“다르지. 그러니까 벌어짐은 그걸로 설명 안 돼.”

“그럼 후보에서 빼요?”

“아니.”

서진이 드럼 옆면을 손바닥으로 짚었다.

“작다는 걸 재 봤으니까 오늘은 뺀 거야. 삼천 미터 가면 매달린 게 네 배 넘게 무거워. 늘어나는 건 길이에 비례해서 커지는 게 아니라 길이 곱하기 길이로 커져. 지금 삼 센티면 그때는 삼십 센티에서 반 미터 사이야.”

“그건 눈금 위네요.”

“눈금 위지. 지금 작은 거랑 원래 없는 거는 달라.”

재혁은 그 말을 노트에 적고, 야장 뒤 인계서를 폈다.

「7. 깊이 칸 수는 케이블이 들어간 길이이고, 그 길이에는 케이블이 늘어난 양이 들어 있음. 안 뺐음.」

「지금 깊이에서는 삼 센티쯤으로 추정. 눈금 밑. 그래서 오늘 값에서는 안 뺐음.」

「길이가 깊어지면 늘어난 양은 길이 곱하기 길이로 커짐. 천 미터 밑에서는 눈금 위로 올라옴. 내년 사람은 그때부터 빼고 읽을 것.」

「케이블 단면적과 탄성 계수 값이 이 캠프에 없음. 추정치로 썼음. 값을 구해서 고칠 것.」

서진이 읽었다.

“추정치라고 적었네.”

“안 적으면 잰 걸로 읽을 테니까요.”

야장의 「인계서:」 칸은 저녁에 채웠다.

「인계서: 있음. 7번.」

철수 점검표에서는 연료 잔량과 폐기물 두 칸을 채웠다. 장비 목록과 시료 상자 수는 내일로 미뤘다. 「잔여 작업」 칸에는 여전히 「9/28 뒤에.」만 있었다. 회신 기한은 10월 3일이었다.

6. 자

세 시에 경옥이 사무실 문을 열어 두었다.

은재가 종이를 들고 들어왔다.

“자가 바뀌었어요.”

“몇으로요.”

“595에서 612요. 폭 17이에요. 아홉 점이고요.”

“그러면 내일 내 점은 그 자로 읽어요.”

경옥이 9월 26일 칸에 미리 적었다.

「9/26 경옥 둘째 평일 점. 자: 595~612. 은재 아홉 점. 9/25에 정함. 값 전.」

은재가 어제 종이를 내밀었다.

“그런데 어제 선생님 값이요. 593이 596보다 3 밑이라고 적었잖아요. 새 자로 보면 2 밑이에요.”

“고치면 안 돼요.”

“왜요. 자가 넓어진 건데요.”

“어제 그 판정은 어제 자로 한 거예요. 오늘 자를 알고 어제 것을 다시 읽으면, 그건 어제 판정이 아니라 오늘 판정이에요. 날짜가 어제라고 적혀 있는데 오늘 손이 들어간 거고요.”

“그럼 틀린 채로 두는 거예요?”

“틀린 게 아니에요. 그때 자로는 맞은 거예요.”

경옥이 9월 24일 종이의 여백에 한 줄을 붙였다.

「그때 자: 596~612. 여덟 점. 9/24 기준.」

“이러면 돼요. 값 옆에 그때 자를 적어 두면 나중 사람이 다시 안 읽어도 돼요. 다시 읽고 싶으면 읽어도 되고요. 대신 그건 그 사람이 읽은 거예요.”

은재가 그 문장을 적었다.

「값 옆에 그때 자. 고치는 대신 지님.」

경옥이 은재의 짐작 줄을 짚었다. 차 9, 밑.

“이 줄은 앞엣것들하고 같은 줄에 못 써요.”

“저도 그 생각 했어요. 앞엣것들은 자를 모르고 적은 짐작이고 오늘 건 알고 적은 짐작이니까요.”

“그러면 이름을 붙여요.”

「짐작 줄 1: 자 모름. 9/23까지.」

「짐작 줄 2: 자 앎. 9/25 첫 점. 차 9. 밑.」

“몇 점이나 모아야 해요?”

“몰라요. 모르니까 지금부터 세는 거예요.”

은재가 마지막으로 「싶었음」 줄을 폈다.

“어제 선생님도 더 긁고 싶으셨고 오늘 저도 더 긁고 싶었어요. 둘 다 위로 밀었고요.”

“값은요.”

“둘 다 밑으로 나왔어요.”

“이틀 연속이네요.”

“그럼 민 것보다 큰 게 있는 거 아니에요? 어제 그러셨잖아요.”

“어제 손하고 오늘 손이 달라요.”

경옥이 종이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내 손과 은재 씨 손은 한 줄이 아니에요. 같은 날 같은 방향으로 나왔다고 합치면, 합친 다음엔 어느 손이 그랬는지 못 물어요.”

“그럼 따로 세요?”

“따로 세요. 내 쪽은 한 번이고 은재 씨 쪽도 한 번이에요. 둘 다 아직 한 번이에요.”

은재가 웃었다. 웃고 나서 한 줄을 더 적었다.

「합치면 빨라짐. 합치면 못 물음. 안 합침.」

경옥이 저울 옆 종이를 정리하다가 손을 멈췄다.

“은재 씨.”

“네.”

“오늘 자를 알고 걷었잖아요. 그게 이 방에서 제일 오래 남을 점이에요.”

“제일 많이 틀렸는데요.”

“틀린 게 얼마인지 나왔으니까요. 앞엣것들은 얼마나 밀렸는지 몰라요. 안 알고 적어서요.”

수송팀은 「수요일. 안 옴.」이었다. 12월 심의는 둘이었다. 강릉 넉 통은 3월이었다. 기록계 1호는 9월 28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첫 절단까지 7일이었다.

온도계는 −30.0이었다.


그날 네 사람이 한 번씩 지녔다.

재혁은 마지막으로 들은 말을 지녔고, 은재는 자를 알고 손을 움직였고, 경옥은 새 자를 든 채로 어제 것을 고치지 않았고, 정한은 맞아 버린 짐작을 지운 대신 짐작 칸을 만들었고, 하람은 세지 않은 것을 세지 않은 채로 적었다.

아는 것은 버릴 수 없다. 버리는 척하면 더 민다. 안 본 척한 것은 어디에도 안 적히고, 안 적힌 것은 재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닌 것을 값 옆에 적는다. 적어 두면 미는 것이 재어지고, 재어진 것은 나중에 뺄 수 있다.

자가 바뀌어도 지난 값은 고치지 않는다. 고치는 대신 그때 자를 옆에 적어 둔다.

그리고 줄이 바뀌면 이름을 새로 붙인다. 같은 손으로 적어도, 알고 적은 것과 모르고 적은 것은 같은 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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