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52화 - 밀림

제52화 「밀림」
1. 706미터
월요일이었다.
재혁은 야장 맨 위에 적었다.
「9월 30일. 월요일. 깊이 700 → 706 예정. 하루 6m. 3m 토막 둘.」
캠프 철수까지 11일이었다.
어제 늘린 칸은 셋이었다. 오늘이 그 칸을 쓰는 둘째 날이었다.
7시 38분에 드릴을 내려보냈다. 조립체 184킬로그램이었다. 8시 2분에 바늘이 내려앉았다. 24분이었다. 눈금 700.13.
깎기는 8시 39분에 끝났다. 37분이었고 그동안 걸린 무게는 154에서 170 사이였다. 윈치를 되감아 드릴을 케이블에 온전히 매달고 30초를 기다렸다.
703.08.
거기까지는 어제와 같았다. 칸이 다 있었고 넣을 것도 다 있었다.
재혁은 야장에 다 적어 놓고 손을 멈췄다.
30초였다. 어제 자기가 30초를 기다렸고 오늘도 30초를 기다렸다. 어제 야장에는 「온전히 매달림 8:41 / 읽음 8:42」라고 적혀 있었다. 그 사이가 왜 1분인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한 번 더 읽었다.
8시 42분. 703.11.
0.03이었다.
재혁은 눈금을 두 번 봤다. 두 번 다 703.11이었다.
케이블은 강선을 여러 가닥 꼬아 만든 것이었다. 무게를 걸면 가닥들이 서로 미끄러지며 자리를 잡는다. 서진이 시즌 초에 한 번 말했다. 새 케이블은 한동안 계속 늘어나고, 늘어남이 멈추는 게 아니라 느려지는 거라고.
깎는 동안 드릴은 자기 무게의 일부를 바닥에 내려놓고 있었다. 케이블에서 무게가 벗겨졌다가 8시 39분에 다시 다 실린 것이었다. 가닥들은 그때부터 다시 자리를 잡았고, 그 자리잡기는 30초에 안 끝났다.
「30초 값 703.08 / 3분 값 703.11. 차 0.03.」
「어느 쪽이 참인지 모름. 30초는 어제 내가 정함. 이유 안 적었음. 이유가 없었음.」
「어제 칸 만들면서 시각을 다섯 적었음. 「얼마나 기다렸는가」는 안 적었음.」
「기다린 시간이 값을 바꿈. 그러면 기다린 시간도 값임.」
여기서 칸을 또 만들고 싶었다. 손이 벌써 자를 대고 있었다.
재혁은 자를 놓았다.
「칸 또 만들고 싶었음. 어제 만든 칸이 오늘 셋이 됐음. 오늘 만들면 내일 셋이 됨.」
「오늘은 안 만듦. 두 값 다 적음. 칸은 열흘 뒤에 만듦. 열흘 치를 보고 만듦.」
「어제 배운 것을 오늘 씀. 하루 걸림.」
서진은 윈치 옆에서 되감긴 케이블을 손으로 훑어 보고 있었다. 안 듣는 날 다섯째였다. 아무 말도 안 했다.
재혁은 왼쪽 여백에 적었다.
「묻고 싶었음: 이 케이블이 새것인지. 새것이면 늘어남이 아직 안 그친 것임. 안 물음. 다섯째 줄.」
2. 604
인천은 아직 어두웠다.
363일째였다. 절단까지 이틀이었다.
은재는 6시 18분에 짐작을 적었다.
「짐작 601. 이유: 어제 값 그대로. 방법 안 바꿈. 싶었음: 0.」
6시 20분에 들어가 9분 있었다. 6시 29분에 팬을 저울에 올리고 초시계를 눌렀다.
10초에 604그램이었다.
자는 595에서 613까지였다. 604는 그 안이었고 밑에서 아홉째쯤이었다.
차가 3이었다. 부호는 위였다.
어제는 12였다. 밑이었고 역대 최대라고 적었다.
「차 3. 위. 어제 12 밑. 차의 차 9.」
「차도 흩어짐이 있음. 어제 「역대 최대」라고 적었음. 오늘은 셋째로 작음. 하루 만에 그렇게 됨.」
「어제 줄의 「역대 최대」는 그대로 둠. 어제는 그랬음.」
「차를 줄로 볼 것인지 오늘 안 정함. 정하는 날 적을 것.」
전실 벽에 604를 붙이고 나와 평일 점 표를 폈다. 어제 적어 놓은 줄이 맨 밑에 있었다.
「셋째 평일 점 9/30 화요일.」
오늘은 월요일이었다.
은재는 벽의 달력을 봤다. 9월 28일이 토요일이었고 29일이 일요일이었다. 30일은 월요일이었고 화요일은 10월 1일이었다.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평일 점 날짜가 틀렸어요. 9월 30일이 화요일이라고 적혀 있는데 오늘은 월요일이에요.”
“언제 적었어요.”
“9월 23일에요. 제가 옮겨 적었어요.”
경옥이 자기 표를 폈다. 같은 줄이 거기에도 있었다.
“저도 그렇게 적혀 있네요.”
“오늘 하면 안 돼요?”
“안 돼요. 화요일하고 목요일로 정했잖아요.”
“날짜는 오늘인데요.”
“요일로 정했으니까 요일이 이겨요. 날짜는 값을 못 밀어요. 그때 그렇게 적어 놨어요.”
경옥이 연필을 들었다.
“10월 1일로 밀어요.”
“9월 30일 줄은요.”
“안 고쳐요.”
“틀렸는데요.”
“틀린 걸 고치면 틀린 적이 없는 게 돼요.”
경옥이 줄 옆에 적었다.
「9/30을 화요일로 적었음. 틀림. 고치지 않음. 셋째 평일 점은 10/1로 밈. 9/30.」
“고쳐 놓으면 나중 사람은 셋째 점이 왜 하루 늦게 나왔는지를 몰라요. 늦은 데는 이유가 있어야 해요.”
은재가 자기 표에도 같은 줄을 옮겨 적었다.
“날짜하고 요일을 둘 다 적어서 걸린 거네요.”
“그래요. 하나만 적었으면 안 걸렸어요.”
“둘 다 적는 게 나은 거네요.”
“싸우라고 적는 거예요.”
기록계 두 대는 어제 오후 네 시에 자리를 서로 바꿔 놓았다. 은재는 오늘 아침 두 대의 지시값을 적었다.
차가 0.11이었다. 어제는 0.13이었다. 부호는 같았다. 1호가 높았다.
「없어지는 줄」 칸은 비워 두었다. 톱을 다시 대는 것은 10월 2일이었다.
3. 있음
정한은 8시 20분에 짐작을 적었다.
「짐작 10:20. 이유: 어제 값 그대로. 방법 B. 넷째 점.」
손이 선반 셋째 칸으로 간 것은 8시 35분이었다.
열흘 전 보는 날 아침에도 손은 8시 30분에 갔다. 손이 달력을 알고 있는 것이 이번이 둘째였다.
정한은 손을 내리고 야장을 폈다. 그리고 짐작 칸을 봤다.
오늘은 손 시각 줄이 없는 날이었다. 9월 20일에 그렇게 정했다. 보는 날. 보는 시각은 다른 줄. 그러니 8시 35분은 갈 데가 없었다.
짐작은 적혀 있었고 값은 갈 데가 없었다.
「짐작 넷째 점: 값 갈 데 없음. 보는 날임.」
「9/26에 짐작 칸 만들면서 열흘에 한 번 보는 날이 낀다는 것을 안 넣었음.」
「못 적음. 안 적은 것 아님. 분모에 넣을지 오늘 안 정함.」
서랍에서 9월 21일 종이를 꺼냈다. 아홉 점이 25분씩 늦어졌던 것에 언제 이름을 붙일지가 거기 적혀 있었다.
「이름은 열 점 더 뒤. 9/30에.」
날짜가 왔다. 점은 안 왔다.
그 사이에 짐작 칸이 생겨서 줄이 둘로 갈렸다. 줄 하나에 다섯, 다른 줄에 셋이었다. 여덟이었고 한 줄이 아니었다.
「9/30. 날짜 왔음. 점 안 왔음. 이름 안 붙임.」
「미룬 것임. 안 붙인 것 아님.」
「날짜로 정했더니 날짜가 먼저 옴. 다음부터 이름은 점 수로 정함. 날짜로 안 정함.」
10시 정각에 케이스를 꺼냈다. 현미경 밑에 놓고 초시계를 눌렀다.
40배.
자리를 찾는 데 2분이 걸렸다. 열흘 전에는 6분이었다.
「그 밖 1: 자리 2분에 찾음. 열흘 전 6분. 그동안 이 자리를 생각했음. 빠른 것은 값 아님.」
볼 것은 둘이었다. 9월 21일에 적어 놓은 것이었다.
첫째. 오른쪽 세로획이 왼쪽 획의 둔덕을 밟고 넘어간 자리. 있었다. 밟힌 둔덕이 낮았고 밟은 획이 이어져 있었다. 8월 15일과 같았고 9월 10일과 같았고 9월 20일과 같았다.
「볼 것 1: 같음. 넷째로 같음.」
둘째. 교차점 왼쪽 위의 짧은 능선. 있는지만 보기로 한 것이었다.
있었다.
「볼 것 2: 있음.」
보기 전에 적어 놓은 읽는 법이 있었다. 「있음」이면 열흘 전에 있었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있음」이 「획」은 아니다.
「읽는 법대로. 「있음」임. 획 아님. 열흘 전에 있었는지 모름. 3월 재촬영.」
능선의 길이가 오늘은 획 너비의 4분의 1쯤으로 보였다. 9월 20일에는 5분의 1쯤이라고 적었다.
「그 밖 2: 길이 4분의 1쯤. 9/20 5분의 1쯤. 길어진 것인지 그때 짧게 본 것인지 모름.」
「두 번 다 안 쟀음. 견줬음. 잣대는 획 너비. 획 너비도 안 쟀음.」
「견준 것을 두 번 하면 견줌이 둘임. 잰 것이 되지 않음.」
10시 24분이었다. 볼 것은 다 봤다.
6분이 남아 있었다. 열흘 전에는 남은 시간 동안 눈이 거기 있다가 넷을 봤다. 그중 셋이 「그 밖」이 되었다.
정한은 케이스를 통에 넣고 선반 셋째 칸에 올렸다.
「10:24. 볼 것 다 봄. 6분 남음. 안 봄. 그침.」
「열흘 전엔 초시계가 그쳤음. 오늘은 내가 그쳤음. 다름.」
초시계는 10시 30분에 울렸다. 그때 정한은 손을 씻고 있었다.
폐테이프는 2번 조각 첫 회였다. 어제 1번 조각의 표를 끊고 새 표를 시작하기로 했다.
떼자마자 0.38, 30분 뒤 0.24였다. 하루를 두고 적기로 했으므로 오늘 표에 넣을 값은 없었다.
「2번 조각 1회: 뗌. 0.38 / 30분 0.24. 표 값은 내일.」
「새 표 첫 점은 내일 생김. 오늘은 뗀 날임.」
정한은 그 밑에 손가락으로 날짜를 짚어 셌다. 조각은 날마다 하나씩 뗄 수 있었지만 값은 하루씩 뒤에 나왔다. 그러니 첫 점이 나오는 데 이틀이고 열 점이면 열하루였다.
본물건 거는 날은 10월 6일이었다. 엿새였다.
「10/6까지 엿새. 점 여섯. 열 점 못 됨.」
「본물건에 이 표 못 씀.」
「그래도 함. 다음 것에 씀. 다음 것이 누구 것인지는 모름.」
오후에 동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월요일이라 걸 수 있었다. 여덟 번 중 두 번이었다.
능선 얘기를 했다. 길이를 적었는데 잣대가 없다고 했다.
“재려면 자가 사진 안에 있어야 돼요.”
“눈금자를 같이 놓고 찍는 거요.”
“예. 같은 초점면에요. 옆에 세워 놓으면 안 돼요.”
“3월에 그렇게 합시다.”
동규가 잠깐 있다가 말했다.
“그러면 3월 것부터는 재는 거예요. 지금까지 건 견준 거고요.”
”…그렇겠네요.”
“둘을 한 줄에 못 넣어요.”
“못 넣죠.”
본물건은 통에서 꺼내 방에 내놓은 지 이레째였고 거는 날까지 엿새였다. A-D 통 값은 열여덟째로 1.0이었고 조명은 스물한째로 안 했다.
4. 맨 나중
하람은 아침 여덟 시에 짐작 종이를 폈다. 쉰둘째 날이었고 센터 다섯째 날이었다.
어제부터 짐작 옆에 「본 것」을 적기로 했다. 맞아도 옆에 답이 놓여 있었으면 확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오늘 적을 만한 것이 넷 떠올랐다.
어머니가 카디건을 입고 계실 것. 옆에 본 것이 있었다. 냉장고 쪽지에 카디건이라고 적혀 있고 그것은 하람이 적었다.
아홉 시 전에 준비를 마치실 것. 쪽지에 아홉 시가 있었다.
창가에 앉으실 것. 센터 기록 두 장이 하람 봉투에 있었다.
옆 분께 실 감는 법을 말씀하실 것. 센터 첫 주 월요일 기록에 그 줄이 있었다.
하람은 넷을 다 적어 놓고 그 옆을 봤다.
「본 것 없는 짐작이 없음. 넷 다 있음.」
「본 것이 없으려면 내가 안 본 데서 일어나야 함. 내가 안 본 데는 안 적힘. 안 적히면 값이 안 됨.」
「그러면 이 줄은 값이 못 됨. 그래도 적음. 옆에 본 것을 적음.」
「넷째 짐작: 옆 분께 실 감는 법 말씀하실 것. 본 것: 센터 기록 월요일 것.」
아홉 시 5분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카디건을 입고 미싱 앞에 앉아 계셨다. 현관 의자는 비어 있었다.
아홉 시 20분에 나갔고 35분에 도착했다. 창가가 비어 있었고 어머니가 창가에 앉으셨다.
열한 시 15분에 데리러 갔다. 담당자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창가. 실 감기. 옆 분께 실 감는 법 말씀. 간식 다.」
하람은 짐작 종이에 적었다.
「맞음. 셋째 맞음. 본 것: 센터 기록 월요일 것. 병기함.」
그리고 물었다.
“「창가」 줄은 어떻게 적으셨어요.”
담당자가 파일을 펴 보였다. 9월 23일 탁자 끝. 9월 26일 탁자 끝. 9월 30일 창가.
“두 번 같으면 적는다고 하셨잖아요.”
“예.”
“오늘 달라졌는데요.”
“안 지웁니다. 옆에 적어요.”
하람이 잠깐 있다가 말했다.
“저도요.”
담당자가 파일을 덮으면서 한 마디 더 했다.
“세 번째가 달라지고 나서야 앞의 두 번이 뭐였는지 알겠더라고요. 같아서 적은 게 아니라 아직 안 달라져서 적은 거였어요.”
하람은 그 말을 골목에 나와서 적었다.
오후에 집에 있었다. 제비 통에서 셋째 블록 첫 장이 나왔다. 둘째 블록이 어제 다 떨어져서 아침에 다섯 장을 새로 썼다.
「또렷.」
미강은 미싱 앞에 있었다. 천을 놓고 단을 박고 계셨다. 앞섶 쪽에 분필 표시가 넷 있었다.
“이건 뭐예요.”
“구멍 자리.”
“단추구멍이요?”
“응. 표만 해 놨어.”
“왜 지금 안 뚫으세요.”
“구멍은 맨 나중이야.”
미강이 천을 들어 보였다.
“다 박고 나서 뚫어. 먼저 뚫으면 자리가 밀려.”
“밀려요?”
“다 박으면 옷이 조금 줄어. 시접이 먹어서. 그럼 먼저 뚫은 구멍은 자리가 안 맞아.”
“얼마나 줄어요.”
“얼마 안 돼. 근데 구멍은 얼마 안 되는 걸로 표가 나.”
미강이 분필 표시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건 안 한 게 아니야. 나중에 할 거야.”
하람은 수첩을 든 채로 손을 멈췄다.
미강이 천을 다시 내려놓으며 한 번 더 말했다.
“안 한 거랑 나중에 할 거랑은 달라.”
하람은 적었다.
「9월 30일. 쉰둘째. 또렷.」
「단추구멍은 맨 나중에 뚫으심. 먼저 뚫으면 자리가 밀림. 박으면 옷이 줄기 때문.」
「분필 표시 넷. 자리만 해 놓고 안 뚫으심.」
「「안 한 거랑 나중에 할 거랑은 달라.」 두 번 하심.」
「적는 김에: 나도 오늘 안 정한 것이 둘 있음. 안 정한 것과 못 정한 것을 갈라 적을 것.」
손잡이는 스물둘째였다. 오늘은 잡으셨고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늘은 6으로 여드레째, 실패는 11로 열나흘째였다.
두 시에 최영숙이 왔다. 43차였다. 종이에 부탁하지 않은 줄이 하나 있었다.
「아홉 시 조금 넘어 두 분 내려가는 소리.」
하람은 앞의 것을 찾아봤다. 32차와 36차와 39차에 같은 줄이 있었다. 넷 다 센터 가는 날이었다. 앞의 셋은 여덟 시 반이었고 오늘은 아홉 시였다.
「넷째임. 이제 줄임. 32차·36차·39차·43차. 다 센터 가는 날.」
「오늘부터 셈. 앞의 셋도 셈. 날짜가 적혀 있어서 셀 수 있음.」
「이름 붙인 날: 9/30. 앞의 셋은 9/19·9/23·9/26에 온 것임. 이름보다 먼저 옴.」
「시각은 다름. 여덟 시 반 셋, 아홉 시 하나. 쪽지가 바뀐 날 바뀜. 소리는 쪽지를 따라감.」
조사표 칸에는 한 줄만 적었다.
「안 옮김. 사흘째. 10월 15일까지 안 옮김.」
5. 연필
남극은 11시 4분에 둘째 토막을 내려보냈고 오후 1시가 조금 지나 올렸다.
706.14였다. 토막 길이는 2.98과 2.95였다.
재혁은 코어 누계를 더하고 케이블 눈금과의 차를 냈다. 어제 것은 이틀 치여서 다른 줄에 뒀고 오늘 것은 하루 치였다.
증분은 0.09였다.
그런데 오늘은 값이 둘이었다. 30초 값과 3분 값이었다.
「점 27. 값 0.09. 30초 값으로 냄. 앞 26점이 다 30초 값임.」
「3분 값으로 내면 0.06. 옆에 적음. 줄 아님. 점 하나임.」
「같은 줄 점 27. 30점까지 셋.」
부족분은 오늘 두 토막에서 0.12가 나왔고 누계는 7.39였다. 헛돎은 1번 드릴에서 한 번 1.4초였다.
네 시에 서진이 시추동에 들어왔다. 책상에 종이 한 장을 놓고 나갔다. 아무 말도 안 했다.
어제 재혁이 쓴 철수 점검표 회신 초안이었다. 10번 줄 옆에 연필로 두 줄이 적혀 있었다.
「10/8에 진척 0m 하루 못 냄. 무게 둘(152/184)만 매달 것. 216은 다음 시즌 물자 목록으로. — 한서진」
그 밑에 한 줄이 더 있었다.
「점 둘로는 줄이 안 됨. 알고 있을 것.」
재혁은 두 줄을 한참 봤다.
말로 물은 것이 아니었고 말로 온 것도 아니었다. 종이로 물었고 종이로 왔다. 어제 여백에 적어 놓은 그대로였다.
「받은 줄: 둘째. 종이로 옴.」
거기까지 적고 손이 멈췄다.
「받은 줄」은 어제 만든 칸이었다. 어제 만들 때 생각한 것은 말이었다. 서진이 안 물었는데 먼저 한 말. 오늘 온 것은 연필 두 줄이었다.
「칸 이름이 「받은 줄」임. 말이라고 안 적었음. 그래서 종이가 들어옴.」
「이름이 넓어서 들어옴. 좁게 적었으면 오늘 것을 버렸을 것임.」
「어제는 이름을 먼저 붙이면 앞엣것까지 덮는다고 적었음. 오늘은 이름이 넓어서 살았음. 둘 다 이름 얘기임. 아직 못 가름.」
그 밑에 넉 줄을 더 적었다.
「둘째 점 생김. 두 번 왔으니 줄임.」
「단 하나는 말이고 하나는 종이임. 같은 줄인지 모름. 오늘 안 가름.」
「칸 만든 날 9/28. 점 둘 찬 날 9/30. 줄이라고 부를지는 다음 점 뒤에.」
「연필임. 안 덧씀. 서진 것임.」
야장 왼쪽 여백에는 오늘 적을 것이 없었다.
「묻고 싶었던 것이 종이로 답이 와 버렸음. 여백에 안 적음. 물은 것이 됐음.」
안 듣는 날 다섯째였다. 오늘 서진이 한 말은 없었다.
6. 열네 시간 반
경옥이 저온실 앞 복도로 나온 것은 오후 세 시였다. 절단 이틀 전이었다.
은재가 아침에 적은 기록계 값을 들고 있었다.
“차가 0.11이에요. 어제 0.13이고요. 부호가 같아요.”
“그래요.”
“안 뒤집혔으면 자리 탓이 아니에요. 계기 탓이에요.”
경옥은 종이를 보고 있었다.
“몇 시에 바꿨어요.”
“어제 오후 네 시요.”
“몇 시에 읽었어요.”
“오늘 여섯 시 반이요.”
은재가 말해 놓고 입을 다물었다.
“열네 시간 반이에요.”
“이 방에서 물건 하나가 새 자리 온도에 맞는 데 얼마나 걸려요.”
”…더미 통은 두 시간 십 분이었어요. 최고점까지요.”
“기록계는 작으니까 통보다 빠르죠.”
“빠를 거예요.”
“빠를 거예요, 하고 적으면 그게 값이에요?”
은재가 서랍에서 종이를 꺼냈다. 자기가 적은 것이었다. 바꿔 놓고 스물네 시간 뒤에 읽는다고 적혀 있었고 날짜도 적혀 있었다.
“제가 적어 놓고 제가 안 지켰어요.”
“오늘 것은 옮기는 중의 값이에요. 자리 값 아니에요.”
경옥이 계획서를 넘겨 뒤에 새 줄을 쓰기 시작했다.
“네 시에 바꾸니까 열네 시간 반이 되는 거예요. 읽고 나서 바로 바꾸면 다음 읽는 데까지 딱 스물네 시간이고요.”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요.”
“어제는 몰랐잖아요.”
「자리 바꿈 시험. 9/29 16시 바꿈. 9/30 06:30 읽음 = 14.5시간. 24시간 아님. 옮기는 중. 이 줄에 안 넣음.」
「앞으로 자리는 읽은 뒤에 바꿈. 읽고 바로 바꾸면 다음 읽기까지 꼭 24시간.」
「자리마다 점 둘. 넷 필요. 지금 하나 있음(9/29 아침, 처음 자리).」
「바꾼 자리 첫 값 = 10/1 06:30.」
「10/2·10/3 절단·뒷정리, 10/4 방 안정. 셋 다 이 줄에 안 넣음.」
「바꾼 자리 둘째 값 = 10/5 06:30. 읽고 되바꿈. 처음 자리 둘째 값 = 10/6 06:30.」
거기까지 쓰고 연필을 뗐다가 한 줄을 더 썼다.
「9/29에 사흘이라고 적었음. 같은 날 나흘로 고쳤음. 오늘 여드레가 됨. 고침 아님. 밀림임.」
은재가 그 줄을 봤다.
“왜 밀림이에요. 늘어난 거잖아요.”
“늘어난 건 일이에요. 밀린 건 날짜고요.”
“같은 거 아니에요?”
“일은 그대로예요. 각 자리에 점 둘씩, 넷 필요한 거요. 그건 안 늘었어요. 날짜만 밀려요.”
“그러면 뭐가 달라요.”
“고쳤다고 적으면 앞엣게 틀린 게 돼요.”
경옥이 연필로 9월 29일 줄을 가리켰다.
“앞엣건 안 틀렸어요. 그날은 사흘이면 될 줄 알았던 거예요. 그때는요.”
절단 계획서는 어제 쓴 그대로였다. 커프 1.4밀리는 분석 쪽 한 몫으로 적기로 했고 순서는 실금 많은 통 셋을 먼저였다.
수송팀 칸에는 「월요일. 물었음. 아직.」이라고 적었다. 기다린 날 열째였다.
나오면서 은재가 물었다.
“사흘이라고 적은 줄은 지워요?”
“아니요.”
”…옆에 적을게요.”
경옥이 문을 밀다가 한 번 웃었다.
“오늘 세 번째예요.”
“뭐가요.”
“옆에 적는 거요.”
남극에서는 어제 정해 놓은 30초에 이유가 없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기다린 시간이 값을 바꾸면 기다린 시간도 값이었다. 재혁은 그래서 칸을 오늘 만들지 않고 열흘 뒤로 밀었다.
정한은 날짜를 정해 두고 그 날짜를 맞았는데 점이 안 와서 이름을 못 붙였다. 미룬 것이었고 안 붙인 것이 아니었다.
경옥은 요일로 정해 놓은 것을 날짜가 못 밀게 했고, 스물네 시간이라고 적어 놓은 것을 열네 시간이 못 밀게 했다. 두 번 다 앞 줄은 안 고치고 옆에 적었다.
하람은 짐작 넷을 적었고 넷 다 옆에 본 것이 있었다. 본 것 없는 짐작은 내가 안 본 데서만 생기고, 내가 안 본 데는 적히지 않았다.
서진은 말을 안 하는 채로 연필 두 줄을 놓고 갔다. 그것이 「받은 줄」에 들어간 것은 그 이름이 넓었기 때문이었다.
미강은 단추구멍 자리에 분필로 표만 해 놓으셨다. 다 박고 나서 뚫는다고 하셨다.
정해 놓은 날이 오는 것과 정해 놓은 것이 오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그리고 안 한 것과 나중에 할 것은, 적어 두지 않으면 같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