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기] 제55화 - 채움

제55화 「채움」

1. 서른

서진은 아침 식당에서 커피를 따라 들고 그대로 나갔다. 안 듣는 날 여덟째였다.

재혁은 야장 맨 위에 적었다.

「10월 3일. 목요일. 깊이 718 → 724 예정. 철수까지 여드레.」

7시 40분에 드릴을 내려보냈다. 조립체 184킬로그램이었다. 바늘이 내려앉은 것은 8시 12분이었고 32분이 걸렸다.

깎기는 8시 51분에 끝났다. 걸린 무게는 153에서 169 사이였다.

윈치를 되감아 드릴을 온전히 매달고, 재혁은 초침을 보며 두 번 읽었다.

10초에 721.09였다. 30초에 721.11이었다.

차는 또 0.02였다.

「10초 721.09 / 30초 721.11. 차 0.02. 어제와 같음. 줄에는 30초 값을 넣음.」

코어 누계를 더해서 케이블 눈금과의 차를 냈다. 0.10이었다.

재혁은 그 수를 적고 나서 그 아래 줄을 적다가 손이 멈췄다.

「같은 줄 점 30. 날 32.」

서른이었다.

9월 27일에 정한 것이 있었다. 30점이 무엇의 30점인지를 값 보기 전에 혼자 정해 둔 것이었다. 이 케이블 한 벌의 30점이라고 적었고, 이유도 적었고, 정한 날짜와 이름도 적었다.

재혁은 그 줄을 다시 펴 봤다.

30점이 무엇의 30점인지는 적혀 있었다. 30점에서 무엇을 할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처음에 그 수를 적은 것은 8월이었고, 그때 적은 줄은 「30점 모이면 줄인지 본다」였다. 그게 전부였다. 무엇을 보면 줄이라고 하고 무엇을 보면 아니라고 하는지가 어디에도 없었다.

재혁은 서른 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 봤다.

0.09가 열한 번, 0.10이 아홉 번, 0.11이 여섯 번, 0.12가 두 번, 0.08이 두 번이었다. 깊이는 550미터에서 724미터까지 왔다.

눈으로 보면 조금 커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조금이 얼마부터 조금인지를 정해 놓은 데가 없었다.

재혁은 야장을 덮고 한참 앉아 있다가 다시 펴서 적었다.

「점 서른 섰음. 판정 안 함.

이유: 물음과 등호를 안 적어 놓았음. 지금 적으면 서른 점을 다 보고 적는 것임. 그러면 등호를 내가 정하는 게 아니고 값이 정함.」

그 밑에 네 줄을 더 적었다.

「서른 점은 그대로 둠. 지우지 않음. 고치지 않음. 값은 다 적혀 있음.

다음 줄은 물음을 먼저 적고 시작함. 물음·등호·점 수를 적은 다음에 첫 점을 냄.

오늘 물음 적음. 점 0개.

물음: 벌어짐 증분이 깊이에 따라 커지는가. 등호: 서른 점을 앞 열다섯과 뒤 열다섯으로 갈라 평균 차가 0.02 이상이면 커지는 것으로 봄. 0.02 미만이면 모르는 것으로 봄. 같으면 모르는 쪽.」

적고 나서 날짜를 적는데 손이 또 멈췄다.

하루에 점이 하나였다. 서른 점이면 서른 날이었다. 철수까지 여드레였다.

「이 줄의 서른 점은 이 케이블로 못 냄. 여드레 남음. 점 여덟 냄.

케이블을 바꾸면 다른 물건임. 그래서 서른 점은 다음 시즌 사람이 자기 케이블로 냄. 그 사람 줄임. 내 줄 아님.

물음만 내 것임. 물음은 넘김.」

부족분은 오늘 두 토막에서 0.12가 나와 누계 7.73이 되었다. 헛돎은 1번 드릴에서 한 번, 1.8초였다.

철수 점검표 회신 기한은 오늘이었다.

2. 여섯 시 구 분

은재는 6시 9분에 방에 들어갔다.

어제는 5시 50분이었다. 오늘은 톱을 안 돌리는 날이어서 걷기 전에 미리 해 둘 일이 없었다.

접시를 들고 서서 손바닥만큼을 짐작했다.

「600.」

10초로 걷어서 올렸다.

자는 595부터 613까지였다. 안이었다.

「10월 3일. 열다섯째 점. 601. 짐작 600. 차 1 위. 자 안. 시각 6시 9분 — 앞 열세 점과 같음. 어제 것만 이름.」

「이른 날」 표에는 아직 점이 하나였다.

「한 점임. 줄 아님. 어제 하루만 일렀음. 스무 점쯤 모이면 이른 날끼리 봄.」

기록계 두 대는 6시 30분에 읽었다. 차가 −0.05였다.

어제 −0.07이었고 그제 −0.09였다. 부호는 셋 다 같았다.

은재는 어제 만든 「일한 날」 칸을 펴서 오늘 것을 적으려다가 연필을 세웠다.

“선생님, 이 칸이요.”

“네.”

“어제 만든 건데요. 오늘 쓰려니까 안 맞아요.”

경옥이 작업대 쪽에서 돌아봤다.

“어떻게요.”

“어제는 톱이 돌았고요. 오늘은 안 돌아요. 그런데 문은 더 열 거예요. 씻고 옮기고 하니까요.”

“그러면요.”

“둘이 다른 날 같은데 한 칸에 들어가요.”

경옥이 장갑을 벗고 와서 그 줄을 봤다.

“쪼개요.”

“어제 만든 칸인데요.”

“만든 날에는 하나로 보여요.”

경옥이 말했다.

“처음 쓰는 날에 모자란 데가 보여요. 어제는 안 쓰고 만들었어요. 오늘이 처음 쓰는 날이에요.”

은재는 「일한 날」 아래에 가로줄을 긋고 두 칸을 만들었다. 「톱 돈 날」과 「문만 연 날」이었다.

출입 기록도 옆에 적었다. 어제는 열한 번이었고, 오늘은 다섯 번이 예정이었다.

수송팀 칸에는 「목요일. 물었음. 아직.」이라고 적었다. 기다린 날 열사흘째였다.

재운 날 칸에서 은재가 또 손을 멈췄다.

“선생님, 재움 일수는요.”

“오늘 366일째예요.”

“잘린 통도요?”

경옥이 잠깐 가만히 있다가 대답했다.

“잘린 통은 아니에요.”

“그러면요.”

“잘린 통은 어제부터 다시 세요. 자른 날이 하루째예요. 자르기 전하고 자른 다음은 다른 물건이에요.”

은재는 칸을 하나 더 만들었다.

「통 번호별 날. 안 잘린 통 = 재운 날 366. 잘린 통 세 개 = 자른 뒤 하루.

한 방에 날이 두 가지 생김. 통마다 적음.」

3. 맨 위

뒷정리는 아홉 시에 시작했다.

은재가 톱대 밑 가루받이 트레이를 들어 싱크로 옮기려다가 멈춰 섰다.

“선생님.”

“네.”

“어제 병에 담은 거요. 라벨에 통 3번이라고 적었어요.”

“네.”

“그런데 1번하고 2번 가루는요.”

경옥이 트레이를 내려다봤다.

계획서에는 통마다 트레이를 비우라는 줄이 없었다. 어제 처음 자른 날이었고, 그런 줄은 아예 없었다.

”…안 비웠어요.”

경옥이 말했다.

“그러면 병에 셋이 다 들어 있는 거예요?”

“들어 있어요.”

은재는 어제 적은 라벨을 다시 봤다. 통 3번, 496.3미터, 톱 홈 몫, 회색 띠 통과분 포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회색은 맨 위에 있었어요.”

은재가 말했다.

“네.”

“맨 위에 한 줄로 얹혀 있었어요. 그러니까 트레이 안에서는 1번이 밑이고 2번이 가운데고 3번이 위였어요.”

“그랬어요.”

“순서가 있었어요.”

경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트레이에는 있었어요. 병에는 없어요.”

”…쓸어 담았으니까요.”

“쓸어 담았으니까요. 옮기는 동안에 없어졌어요.”

은재가 병을 들어 흔들어 보지도 않고 선반에 다시 놓았다. 안에 흰 가루가 삼분의 일쯤 찼고 회색은 어디에도 줄로 보이지 않았다.

경옥은 라벨을 지우지 않고 그 밑에 한 줄을 붙여 적었다.

「10/3. 정정 아님. 어제 적은 것은 어제 안 것임.

오늘 알게 된 것: 이 병에 통 1·2·3의 가루가 다 들어 있음. 트레이를 통마다 안 비웠음. 회색 띠는 3번 통에서만 지나갔으나 병 안에서는 못 가름. 순서 없어짐.」

은재가 그걸 보면서 물었다.

“내일부터는 어떻게 해요?”

“깔아요.”

“뭘요.”

“종이를 깔아요. 제과용 유산지가 상자에 있어요. 통마다 새로 깔고, 통 다 자르면 종이째 접어서 병에 넣어요.”

“쓸지 말고요.”

“쓸지 말고요. 쓸면 섞여요. 접으면 그 종이 한 장이 그 통 거예요.”

경옥은 종이에 미리 번호를 적어 두는 것까지 규칙에 넣었다.

「절단 가루: 통마다 유산지 깔기. 깔기 전에 종이에 통 번호·깊이 범위 적기. 자른 뒤 종이째 접어 병에 넣기. 쓸어 담지 않음.」

마지막 줄을 적고 나서 경옥이 연필을 놓았다.

“채우면 못 가려요.”

”…”

“가르고 나서 채워야 해요. 채운 다음에는 못 가르니까요.”

은재는 그 말을 받아 적었다.

오후에는 절단면을 대패로 깎았다. 마찰로 녹았다가 다시 언 얇은 층이었고, 반쪽 하나에 0.3밀리씩 깎아 냈다.

그 가루는 따로 받지 않았다.

「절단면 대패 몫: 재동결층임. 시료 아님. 버림. 버린다고 적음. 두께 0.3mm씩 양쪽. 없어지는 폭 ②임. 값은 적고 물건은 안 남김.」

4. 자리

하람은 아침에 제비를 뽑았다. 셋째 블록 넷째 장은 「자리」였다.

목요일 낮에 어머니 집에 갔다. 쉰다섯째였다.

냉장고에 종이 두 장이 8시 반 것으로 붙어 있었다. 열흘째였다.

미강은 미싱 앞에 앉아 계셨다. 감색 천이 무릎에 놓여 있었고 단추구멍이 셋 있었다.

어제는 하나였다.

“둘 더 뚫으셨네요.”

“뚫었어.”

하람은 분필 표시를 셌다. 넷이었는데 구멍은 셋이었다.

“하나 남았어요.”

“남겼어.”

“왜요.”

미강은 상자에서 단추 세 개를 꺼내 천 위에 늘어놓으셨다.

“달아 보고 뚫어.”

”…세 개 먼저 달아 보고요?”

“달아 보면 알아. 자리가 맞나 안 맞나.”

“넷을 다 뚫어 놓으면요.”

“틀렸어도 못 고쳐.”

미강은 바늘에 실을 꿰려고 손을 들어 올리셨다. 하람이 꿰어 드렸다.

하람은 수첩에 적었다.

「10월 3일. 단추구멍 넷 중 셋만 뚫으심. 넷째는 단추 세 개 달아 보고 뚫으심.

「달아 보면 알아. 넷을 다 뚫어 놓으면 틀렸어도 못 고쳐.」

마지막 하나를 남겨 두는 것임. 남겨 둔 하나로 앞의 셋을 봄.」

오늘은 「자리」를 길게 적어야 하는 날이었다.

하람은 방을 한 바퀴 돌면서 물건이 놓인 데를 적었다. 가위는 미싱 오른쪽 둥근 깡통, 실패는 왼쪽 서랍 첫 칸, 분필은 미싱 턱 위, 자는 미싱 밑 바구니였다.

창가 의자에는 다 된 것이 놓여 있었다. 미싱 위에는 아직 할 것이 놓여 있었다.

“어머니, 이건 왜 여기 놔요.”

“다 된 거.”

“저건요.”

“할 거.”

“안 섞여요?”

“섞이면 두 번 해.”

하람이 수첩을 들었다.

“적어 놓으시는 거네요.”

“적는 거 아니야.”

미강이 천을 돌려 잡으셨다.

“놓는 거야.”

하람은 그 말을 그대로 적고 나서 한 줄을 더 적었다.

「어머니는 적는 대신 놓으심. 나는 놓는 대신 적음. 방이 어머니 종이임.」

쪽가위가 냉장고 위에 있었다. 어제 저녁에 어머니가 천을 들고 부엌에 가 계셨던 것이 생각났다.

하람은 그것을 「틀린 자리」라고 적지 않고 「부엌 자리」라고 적었다. 어제 그 자리에서 일하셨으면 그 자리에 놓은 것이었다.

요일은 물어도 모르셨다. 단추구멍을 뚫는 순서는 하나도 안 틀리셨다.

최영숙이 지나갔다. 마흔여섯 번째였다. 오늘은 「자리」 장이어서 발소리 줄은 짧게 적고 넘어갔다.

짐작은 오늘 넷이었다. 본 것이 없는 짐작은 하나였다.

하람은 어제 적어 둔 줄 밑에 붙여 적었다.

「10월 3일. 본 것 없는 짐작 하나. 1 → 2 → 1.

어제 「늘고 있음」이라고 적었는데 그건 두 점으로 적은 것임. 안 고치고 여기 적음.

세 점이고 올랐다 내렸음. 방향 못 말함.

그리고 이 수는 내가 안 본 데서만 생기고, 내가 안 본 데는 안 적힘. 이 줄은 내가 본 데 안에서의 줄임.」

손잡이는 스물다섯째였다. 잡으셨다. 바늘 6은 열하루째였고 실패 11은 열이레째였다.

장기요양 조사표는 10월 15일 그대로 두었다.

나오면서 창가 의자를 봤다. 감색 천은 거기 없었다. 미싱 위에 있었다.

5. 오십구 점 구사

정한은 아침에 점을 셋 냈다.

2번 조각은 사흘 값이 0.08이었다. 3번 조각은 이틀 값이 0.13이었다. 4번 조각은 하루 값이 0.17이었다.

5번 조각은 오늘 걸었다. 뗀 직후가 0.35, 30분이 0.22였다.

정한은 표 셋에 한 줄씩 적고 나서 종이를 보았다.

하루에 세 줄이 찼다. 그런데 어느 줄도 하루에 두 점이 늘지 않았다.

「하루에 점 셋 적었음. 줄 셋에 한 점씩임. 빨라진 것 아님.

종이는 세 배로 차고 줄은 하루에 하나씩 자람. 차는 건 종이고 자라는 건 줄임.」

그다음에 어제 쓴 「굽기 전에 해 놓을 것」 종이를 벽에서 떼어 작업대에 놓았다. 3번 줄을 오늘 했다.

먼저 테이프를 다 옆방으로 옮겼다. 본물건도, 조각 다섯 개도, 폐릴 상자도 전부 옮겼다.

소자기를 콘센트에 꽂고, 헤드에서 한 팔쯤 떨어진 데서 스위치를 올렸다. 거기서부터 천천히 헤드로 가져가 작은 원을 몇 번 그리고, 다시 천천히 멀어진 다음에 스위치를 내렸다.

가까이서 켜거나 끄면 그 순간의 자기장이 그대로 쇠에 남았다. 지우려고 켠 것이 자기를 새로 남기는 것이었다.

그다음에 시험 테이프를 걸었다. 열다섯 해쯤 된 테이프였고 조금 줄어 있었다. 줄어든 자로 재면 크게 읽혔다.

그래서 셋째 잣대를 썼다.

정한은 입력에 마이크를 안 꽂고 가느다란 선 하나만 길게 늘어뜨려 놓은 채로 콘센트 험을 한 시간 녹음했다. 벽 안 전선에서 유도되어 들어오는 60헤르츠였다. 계통 주파수는 순간순간 흔들려도 전력회사가 누적된 시간 오차를 되채우기 때문에 길게 재면 60.00으로 모였다.

녹음한 것을 되감아 그 데크로 재생해서 주파수를 읽었다.

59.94였다.

정한은 그 수를 적다가 손을 멈췄다.

같은 기계로 녹음하고 같은 기계로 재생하면 틀린 만큼이 두 번 걸렸다. 녹음할 때 느리게 지나간 테이프를 재생할 때도 느리게 지나가게 하면 소리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면 60.00이 나와야 했다.

59.94가 나왔다.

「같은 기계로 재면 지워지는 몫이 있음. 지워지는 몫은 안 보이고 남은 것만 보임.

남은 0.1%는 데크가 느린 값이 아님. 녹음한 때와 재생한 때가 다르다는 값임. 반음의 1/17쯤이라 안 들림.」

사이에 10분이 있었다. 모터가 그만큼 더 더워졌고 고무 롤러도 그만큼 더 돌았다.

정한은 교정값 칸을 비워 두었다.

「교정값 하나를 못 적음. 데크 속도는 한 수가 아니고 때마다의 수임. 켠 지 얼마 뒤에 쓰는지 적는 칸을 만듦.

절대로 재려면 자가 이 기계 밖에 있어야 함. 테이프에 1미터를 표시해서 흘려보내며 시계로 재는 법. 강철 자와 시계는 둘 다 이 기계 밖에 있음.」

그는 「굽기 전에 해 놓을 것」 종이 맨 아래에 여섯째 줄을 적었다.

「6. 1미터 표시해서 속도 직접 재기. 켠 지 10분·30분·1시간에 각각 한 번.」

목록은 어제 다섯 줄이었다. 쓰면서 늘었다.

정한은 그 줄을 적고 나서 날짜를 한 번 더 봤다. 10월 6일에 동그라미가 있었다. 본물건은 오늘로 열흘째였고 사흘 남았다.

굽고 나면 3주가 시작되었다. 3주 안에 옮겨야 했고, 옮기는 동안에는 데크 속도를 손볼 수 없었다.

「교정은 굽기 전에 해야 함. 굽고 나면 시계가 돌기 시작함. 돌기 시작한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은 옮기는 일뿐임.」

짐작 칸에는 일곱째 점이 왔다. 8시 20분에 「10시 50분」이라고 적었다.

손은 10시 47분에 갔다.

차가 −3분이었다. 방법 B로 다섯 점이 되어 +30, −75, +12, −12, −3이었다.

정한은 다섯 수를 나란히 보고 적었다.

「방향: 위 아래 위 아래 아래. 섞임.

폭: 30, 75, 12, 12, 3. 좁아지는 것 같음.

방향은 줄 아님. 폭은 다섯 점임. 여섯 점까지 셈. 폭이 줄이면 그건 내가 나아진 게 아니고 내가 짐작하는 폭이 좁아진 것임. 맞아지는 것과 다름.」

안 보는 날 셋째였다. 다음 판독은 10월 10일이었다.

6. 회신

세 시에 서진이 시추동에 들어왔다.

책상에 종이 두 장을 놓고 나갔다. 아무 말도 안 했다.

철수 점검표 회신이었다. 여덟 칸이 다 채워져 있고 맨 아래에 서진의 서명이 있었다. 10번 줄 밑에 재혁이 적은 물음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그 옆에 연필로 한 줄이 있었다.

「물음은 칸이 없어도 보냄. 칸이 없다고 안 묻는 건 아님. — 한서진」

재혁은 그 줄을 한참 봤다.

「받은 줄(종이): 둘째 점. 받은 줄(말): 한 점 그대로.

종이 쪽은 두 번 왔음. 줄임. 말 쪽은 한 점임. 아직 줄 아님.

둘을 한 줄로 합치지 않음. 9/30에 못 가른다고 적었음. 오늘도 못 가름.」

위성은 하루 두 번이었다. 저녁 편은 7시 20분이었다.

재혁은 회신 두 장을 스캔해서 보냈다. 보내기 전에 인계서를 펴서 7번 밑에 오늘 정한 것을 덧붙였다. 번호는 새로 만들지 않았다.

「7-4. 벌어짐 줄 물음·등호 적어 둠(10/3). 점 0. 다음 케이블의 서른 점으로 봄.

이 케이블 점 서른은 판정 안 함. 값 전부 남김. 쓰려면 물음을 먼저 적고 쓸 것.」

송신이 끝나고 나서 재혁은 종이 원본을 들고 윈치 쪽으로 갔다.

서진은 케이블을 손으로 훑어 보고 있었다.

“보냈습니다.”

서진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말은 없었다. 안 듣는 날 여덟째였다.

재혁은 돌아와서 야장 왼쪽 여백에 적었다.

「봄: 끄덕임 한 번. 뜻 모름. 적어는 둠.

「들음」 칸에는 못 적음. 안 들었음. 「봄」 칸을 오늘 만듦. 만든 날임. 모자란 데는 처음 쓰는 날에 보일 것임.」

다음 청소일은 10월 8일이었다. 무게 둘, 152와 184를 매단다고 서진이 적어 준 그대로였다.

열 시에 야장을 덮었다. 캠프 철수까지 여드레였다.


서른 점은 다 찼다. 그런데 그 서른 점에게 물을 말이 없었다. 날은 정해 놓았고 물음은 안 정해 놓았다. 채운 다음에 물음을 만들면 그건 값이 만든 물음이었다.

그래서 서른 점은 그대로 두고, 물음을 먼저 적고 점을 0에서 다시 시작했다. 그 서른 점은 재혁이 못 냈다. 여드레가 남았고 하루에 한 점이었다. 물음만 넘어갔다.

병도 다 찼다. 그런데 병 안에는 순서가 없었다. 트레이에는 있었고, 쓸어 담는 동안 없어졌다. 가르고 나서 채워야 했다. 채운 다음에는 못 갈랐다.

미강은 구멍 넷 중 셋만 뚫고 하나를 남겨 두셨다. 셋에 단추를 달아 보고 나서 넷째를 뚫으시려는 것이었다. 넷을 다 뚫어 놓으면 틀렸어도 못 고쳤다.

정한은 같은 기계로 녹음하고 같은 기계로 들었다. 틀린 몫은 두 번 걸려서 서로 지워졌고, 남은 것은 두 번 사이의 차였다. 지워진 몫을 보려면 자가 기계 밖에 있어야 했다.

다 채운 것과 다 안 것은 다른 일이었다.

한 칸 남겨 둔 것이 아까워 보이는 날이 있었다. 그 한 칸이 앞의 것을 재는 자였다.

어머니는 적는 대신 놓으셨다. 방이 종이였다.

종이는 하루에 세 줄씩 찼고, 줄은 하루에 한 점씩 자랐다.

차는 것과 자라는 것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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